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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노트

4-5년 전 기억


오늘 두 아저씨들과 술을 마시는데, 괜히 예전 생각이 난다. R 선생과의 일화인데, 기억나는 장면이 몇개 있다. 


첫번째 장면은 2012년 여름 모 학회 학술대회에 처음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학술대회는 충주였나, 충청도 어딘가에서 이루어졌었고, 나는 그때 학회 간사보조라는 명목으로 그 학술대회에 참석하였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게도 무슨 일거리가 있어서 학부생들을 부른 것이 아니라, 그저 학회에 학부생들을 데려가기 위한 명목이었다. 당시 우리학교 L 교수님은 학회 운영위원장이었다. 좌우간 나는 그 학술대회 뒷풀이 술자리에서 R 선생을 처음 만났었다. 당시 그는 30대 초반이었다. 아마 32살 즈음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나는 학부생이었으므로, 교수, 박사들 사이에서 예의차리고 앉아있었는데, R 선생은 내 옆에 끼어들어서, 나에게 지루하게 말을 건내던 어느 박사급의 어느 인물(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에게 이렇게 말을 건냈다. "얘들은 아직 아무 것도 모르니까, 나랑 이야기 합시다." 그 둘사이도 나이차이가 꽤 나보였는데, 나는 그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게 첫번째 장면이다.


두번째 장면은 홍대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는 홍대 어느 허름한 장어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장소는 S 선생이 그에게 소개해준 20년 단골집이었다. 때문에 나는 S 선생과 그 장어집을 몇번 더 갔었다. 어쨌거나 R 선생과 당시 학술대회에서 만난 계기로 나는 그와 함께 자본론 세미나를 1년여간 함께하였는데, 홍대에서의 만남은 그가 자본론 세미나를 나에게 정식으로 제안한 날이었다. 나는 당시 장발이었고, 쪼리를 찍찍 끌고 다녔는데, 그는 나를 보며, 자신이 정확히 딱 내 나이에 장발을 하고 쪼리를 신고 다녔다며 마치 어릴 때 자신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낮술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홍대입구역 앞에서 했던 말이다. 두번째 장면이다.


세번째 장면은 그와 자본론 세미나를 1년여간 함께하고 그가 영국유학을 가기 직전의 일이다. 당시 세미나를 함꼐 하던 사람들과 그가 유학가기 전 술자리를 했었다. 물론 술자리를 가지고서 바로 그가 간 것은 아니었고 실제 유학을 가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렸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당시 술자리 덕분에 차가 웬만큼 끊긴 상황이었고, 나는 막차를 찾는다고 그를 끌고 종로, 을지로 일대를 헤집고 다니던 일이 있었다. 길을 헤매는 바람에 거의 한두시간을 그를 붙들고 돌아다녔었는데, 나는 눈치도 없이 기분이 좋아서 아주 신나서 떠들고 다녔었다. 그때 R 선생이 내게 해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오늘 S 선생을 비롯하여 두 아저씨들과의 술자리를 갖는데, 사실 내내 R 선생과의 일화들이 떠올랐다. 나도 당시 R 선생의 나이 즈음 먹자, 반쯤 날라리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