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노트

우에노 치즈코 강의록 후기


알라딘 인문학스터디 주최로 열린,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저자, 우에노 치즈코의 강연에 대한 강의록을 읽고서 간단한 후기를 남긴다 –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글은 아니다.


물론 직접 강연을 들은 것이 아니라, 수기로 작성된 강의록을 읽고 쓴 것이므로, 그의 주장을 직접 듣고 쓴 것은 아니다. 이 강의록은 트위터 아이디 @lakinan에 의해 작성된 것 같다(통역은 서혜정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질의응답까지 거의 빠짐없이 적혀있는데, A4용지에 인쇄하면 12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이다 – 물론 200-300쪽 가량의 책(<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을 요약하기에는 짧은 글일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몇가지 개념들에 대한 아주 직관적인 정의를 다루고 있었다는 점이다. 첫째로 그에 따르면, 여성혐오는 ‘남성이 여성을 자기 것으로함으로써 자신이 남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이브 세즈윅이라는 영문학 연구자에 의해 창안된 것으로, 19세기 미국 영문학을 분석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외 몇가지 개념을 더 다루는데, 호모소셜은 ‘서로의 구성원 자격을 인정한 남성들의 연대’이다. 그밖에 호모포비아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이에 대해서는 그가 명시적으로 개념의 정의를 말하지도 않기도 하지만,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정의에서, 세간의 오해(그리고 나의 오해)와는 달리, ‘감정’이나 ‘정서’를 말하지 않는다는 점은 주지할만하다. 그의 설명은 ‘남성성’에 대한 ‘위계적’ 성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꽤나 ‘전통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정희진은 ‘편재(遍在)하는 남성성, 편재(偏在)하는 남성성’[각주:1] 에서 규범적 의미에서 남성성이 존재하고, 그 남성성이 결여된 존재로서, 남성과 여성들를 다루고, 또 그 남성성의 역사적 변천에 대해서 논한다.


그런 의미에서 (혹자의 말처럼) 오늘날 전형적인 남성성은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송중기에 해당할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한국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성의 모습도 흥미롭다고 생각하는데,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차후 기회가 있으면 하도록 하자 – 언급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 내용은 시의적으로도 꽤 흥미롭다.


강의 전반적인 내용에서는, 그러니까 핵심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특별히 이야기 할만한 것은 없다. 앞서 설명했듯이, ‘전통적인’ 해석이었다는 것 외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 말을 해보고 싶다. 두가지 문제를 간단하게 다루고 글을 마칠 것이다.


내가 말할 것들은 질의응답에서도 제기되는 것들인데, 첫번째는 ‘당사자주의’(?)에 대한 것이다. 질의응답에서 제기된 내용에는 (거칠게 말하자면) ‘남성이 겪는 곤경’들이 있었는데, 치즈코는 놀랍게도, ‘그건 남성들이 할 일’이라고 말할 뿐이다. 어떤 운동을 대리해서 할 수 없으므로, 타당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연대의 문제를 별로 관심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는 스스로를 마르크스주의적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지만(그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라는 책을 썼다고 한다), 정치경제적 문제나, ‘노동자’의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밖에도 경제에 관한 질의응답에서 그는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둘째로, 돌봄노동에 대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대안으로 남성들에게 돌봄노동을 수행토록하는 것, 그로써 여성들에 대해서 배우는 것으로 특징짓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여성노동에 대한 전통적인 정치경제학적 해석에 있어서, 의구심이 강하다. 특히 가계 내에서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노동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여성노동에 대한 규정들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이를테면, 가계 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사나 돌봄노동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에서, 여성은 과연 남성 노동과는 다른 노동을 하는가? 과연 시장에서의 노동이 성별화되어 있는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일부 시장에서 존재하는 성별화된 노동이 ‘가부장제’에 의한 것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남성노동과는 다른 ‘착취’가 일어나는가? 더 나아가 그것이 ‘남성’에 의한 착취인가? 나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실제로 여성들이 많은 업종이나 직종들은 존재한다. 구체적으로는 식당, 청소, 간호사들의 경우는 노동이 성별화되어 있다고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선 식당, 청소의 경우 여성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이 분야에도 남성은 상당히 많다. 특히 그 기업체의 규모가 클수록 남성의 비중은 높다. 이를테면 큰 건물의 청소는 둘 혹은 하나의 외주업체에서 파견되어 청소를 여성이 하고, 분리수거는 남성이 하는 식이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작은 식당에서 주방은 여성이 많은 편이지만, 대형 뷔페업체의 경우 남성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여성들이 많은 직종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실 학습지교사도 여성들이 대부분이고, 전화상담원도 그렇다.


그런데 이뿐만일까? 은행에서의 일반행원도 여성이 아주 많다(하지만 여성이 전체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남성도 상당히 있다). 보험설계나 부동산 회사에도 여성들이 많은 직종이다. 무역회사에도 의외로 여성이 많은 것 같다 – 아마 여성들이 인문계 전공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가 유용한 경우로 많이 가는 선택지가 되는 것같다. 그렇다. 사실 특정 업종이 여성이나 남성이 몰리는 이유는, 단순히 ‘가부장제’에 의해 노동이 ‘성별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저들 업종들이 100% 여성에 의해 이루어지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저 노동들을 ‘재생산’ 노동이라고 부를 이유 역시도 없다. 어째서 (남성이) 파생상품 설계를 하는 것은 ‘생산’ 노동이고, (여성이) 보험설계를 하는 것은 ‘재생산’ 노동인가. 또는 교수는 ‘생산’노동이고, 학습지교사나 초중고 교육은 ‘재생산’ 노동이 되는가.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전자의 것들은 보다 ‘상위’ 업종이고, 후자의 것들이 ‘하위’ 업종이라는 사실을. 때문에 이것은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해서 보다 높은 직급에 여성이 오를 수 없고, 또는 차별을 우려해서 미리부터 높은 업종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여성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 아마 이 주제로 이야기하려면 새로운 글을 써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성은 재생산 노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노동이 ‘성별화’ 된 것인가? 사실 우리는 ‘미리’ 여성이 하는 노동은 ‘천한’ 노동이고 ‘재생산’노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렇게 규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실 우리사회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무수한 노동들은 무엇이 생산이고, 또 무엇이 재생산이라고 구분짓기 대단히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다.[각주:2] 말하자면 저런 해석은 이미 그 자체로 ‘남성적’이다.[각주:3]


노동의 ‘성별화’에 대한 그의 ‘전통적인’ 견해 역시 문제적이다. 왜냐하면 노동이 성별화되었기 때문에, 그 노동이 (재생산 노동으로 흔히 비용없이 치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저평가’된다는 견해 역시, 그저 편견에 의한 주장일 뿐이다 – 나는 앞서 말했듯이 이 편견 자체가 남성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시장에서 저평가된다는 말은 그 자체로 ‘적절한 평가’가 존재한다는 말이기도 한데, 그게 얼마인지도 말할 수 없는 그저 당위적인 주장일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시장에 대한 몰이해를 수반하고 있다. 앞서 제시했던 여성노동의 사례들은 사실 그들의 노동이 재생산노동이라는 시각에 의해 저평가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경력단절이나, 전공이나, 직장내 차별, 그리고 애당초 노동시장에 들어오기 전의 차별/선택과 같은 구체적인 이유들 때문이고, 다시 말해서 그들의 임금은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평가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가 재생산 노동에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 전혀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은 더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틀을 두고서 굳이 흐릿한 안경을 쓰는 것일 뿐이다.



  1. 정희진 외. (2011). 『남성성과 젠더』. 자음과 모음 [본문으로]
  2. 어쩌면 시장에서 거래된다면 그것은 정의상 ‘생산’ 노동이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물론 여기서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에서 구분하는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을 구분하는 것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본 글에서의 생산노동이라함은 ‘재생산’노동의 대비되는 노동을 의미할 뿐이다. [본문으로]
  3. 치즈코 스스로도 자신을 여성혐오자라고 하지 않는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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