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냥 노트

잡담: 우디 앨런, <매직 인 더 문라이트>, 2014


우디 앨런의 작품들은 모두 보았지만, 요새는 종종 우디 앨런의 영화들을 다시 본다. 한참 열심히 볼 때는 이틀에 한번 꼴로 보았는데, 요새는 그만 봐야지 싶다가도 가끔 한편씩 본다. 평균적으로 2주에 한편 정도는 보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매직 인 더 문라이트(2014)>를 다시 보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남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것이 그럭저럭 볼 만하다. 남프랑스의 전경도 정말 좋지만, 알록달록하니 영화의 색채감도 좋다.


원래 우디 앨런은 빛보다는 어둠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리 화려할 것 없는 뉴욕의 풍경들을 자극적이지 않게 담아낸다. 그 중에 단연 돋보이는 것은 아마 <맨하탄(1979)>일 것이다. 흑백영상이 아주 아름답다. 예컨대 우디 앨런과 트레이시가 그냥 방안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두운 방안 한구석에 스탠드 하나만 켜있고 트레이시는 거기서 책을 읽는다. 그리고 롱테이크로 우디 앨런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저 할 뿐이지만 아름답게 연출된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비가 와서 자연사 박물관에 들어가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다. 두 사람의 대화 말고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비록 모형이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아주 낭만적이다.


사실 <맨하탄>은 촬영감독 고든 윌리스와 함께한 작품이다. 고든 윌리스는 어둠을 좋아해서 ‘어둠의 왕자’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는 <대부>의 촬영감독이기도 한데, 어둠을 좋아하기도 하고 <대부>같은 무거운 영화들을 주로 했었기 때문에, 우디 앨런과의 작업은 획기적이었다고 한다. 그 스스로도 코미디 영화를 해본 적이 없었고, 모두가 반대를 했지만, 좀 더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우디 앨런이 강력히 요구하여 계약이 성사되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 진 작품이 <애니홀>이었다. 그리고 이후 <맨하탄>을 비롯하여 <카이로의 붉은 장미> 등 우디 앨런의 다양한 작품에서 함께 한다.


그런데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색채감은 확연히 달라진다. 밝고 화려하다. 그리고 이 색채감의 변화가 우디 앨런이 극중에서 사라지는 후기작 시기와 맞물린다. 그래서 굳이 시기를 정한다면 <맬린다와 맬린다(2004)>나, <매치포인트(2005)>부터 시기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나 <로마 위드 러브(2012)>, <매직 인 더 문라이트>를 보면 아주 확연하게 드러난다. 유럽 곳곳의, 주로 관광지의 모습을 화려하게 담아낸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의 마지막 엔딩은 인상적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이성 밖에 모르는 독일인 마술사는 친구의 부탁으로 약혼녀와의 여행을 취소하고서 심령술사가 사기꾼임을 밝히러 남프랑스로 떠난다. 결국 그녀가 사기꾼임은 밝혀졌지만, 남자는 그녀를 좋아하게 됐다. 끝끝내 마술사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듯싶더니, 마치 마법처럼 이루어진다. 그는 그저 그녀도 자신을 좋아한다는 ‘싸인’만 있으면 그녀에게 달려가 고백하겠다고 독백을 하고, 마법처럼 그 ‘싸인’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말로 마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