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냥 노트

드라마 <마더> 한국판, 1화 후기



TvN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마더> 1화를 보았고, 그 후기다. <마더>는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한다. 이미 예고편에서부터 교사가 아이를 데리고 도망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드라마는 ‘마더’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학대당하고 버림받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드라마는 아이의 성장기라는 것은 분명하다. 드라마에는 여러가지 증거들과 징후들을 보여주는데, 가장 처음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이 등장한 것은, (죽어서) ‘하늘나라에 있는’ 오리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에 나온다. 혜나(허율)는 ‘하늘나라에 있는 오리’에게 편지를 쓰지 않고 종이에 낙서만 한다. 왜 편지를 쓰지 않느냐는 담임 수진(이보영)의 말에 혜나는 도도하게 ‘하늘 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에 수진도 ‘하늘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혜나는 바로 이때부터, 수진에게 마음을 연다.


한편 수진은 단지 3주간 담임을 하기로 했는데, 자신은 미국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자신에게만 마음을 여는 혜나가 신경 쓰인다. 그리고 왜 자신에게만 마음을 여는지 이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혜나가 왜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는지는 1화의 결말에서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혜나는 철새들에게 자신도 ‘하늘나라로 데려가 달라’고 (속으로) 외친다. 그런데, 그녀는 하늘나라가 없다고 말하던 이 아닌가. 즉, 그녀가 ‘하늘나라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하늘나라로 가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 살고 싶다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수진은 그녀에게 ‘살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수진이 혜나에게 손톱깎이를 주며 ‘남이 돌보아주지 않는 이는 스스로 돌보아야 한다’라는 말을 한다. 아마 이는 그가 경험하고 깨달은 바일 것이다. 이미 1화에서 수진의 파편적 기억을 통해서 그녀 역시도 학대당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꼭 그것 때문이 아니어도 여러가지 힌트들이 있다. 수진이 혜나를 데리고 (마치 ‘철새’처럼)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혜나는 ‘왜 아이는, 엄마가 없이 살수 없는냐’고 묻고, 수진은 ‘살수 있다’며, 자신이 그것을 돕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혜나는 ‘엄마가 자신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말하고, 수진은 ‘이제 네가 엄마를 버릴 차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내가 네 엄마’라고 말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철새’라는 은유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수진이 혜나에게 ‘엄마 없이도 살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제 내가 네 엄마’라고 말하는 것은 이들은 철새처럼 떠돌면서도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알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보는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보기로 작정했을 때, 수진은 자신과 같은 이의 엄마가 되었다. 한편 혜나의 친엄마는 동거인이 자신의 딸을 학대하는데도 그에게 매달리는 의존적인 사람이었고, 그는 ‘진정한’ 엄마가 될 수 없었다. 엄마는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의존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가지 개인적인 의문이 남는다. 수진은 어떻게 철새가 지도 한 장 없이도 그렇게 먼 거리를 헤매지 않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혜나의 질문에 머리 속에 ‘지도와 네비게이션이 있다’고 답했던 것일 것일까. 여기서 나는 ‘철새가 철새이게 하는 것’은 ‘심장’이 아니라 ‘머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혜나의 친엄마가 ‘피(예컨대 심장)’로 형성되었다는 것과는 대비되는 심상이다. 그런데 더 나아가야 한다. 수진이 혜나의 엄마가 되기로 작정한 것은 ‘머리’에 따른 것일까. 이는 흔히 입양아를 ‘가슴(마음)으로 낳은 아이’라는 관용적 표현과는 분명히 대비되는 표현이다. 또한 수진이 자신의 친엄마를 버린 이유도, 혜나가 철새처럼 스스로를 돌봐야 하는 것도 ‘머리’에 따른 것일까. 분명히 수진은 혜나에게 자신과 떠나지 않을 ‘선택권’을 주었다. 혜나가 스스로 생존해야만 하는, 수진이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그리고 서로를, 스스로를 돌보아야만 하는, ‘현실적인 이유’, 즉 ‘논리적인 이유’가 그들을 철새로 만들게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