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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노트

암호화폐에 관한 몇가지 생각들 (2)



암호화폐 거래소의 위치


우선 여기에 대해서는 내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추측일 수 있다. 나도 잠깐 암호화폐 투자를 했었다. 아마 거래소마다 다르기는 할 것 같지만, 내가 이용했던 (국내의) 거래소는 수수료를 비트코인으로 받았다. 국내 거래소 중에서 (몇 위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거대한 거래소였는데, 오늘날 신규 비트코인의 (국내로의) 유입이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할 때에, 비트코인의 총량은 고정적으로 주어져 있고, 그 안에서 거래가 지속될수록, 거래소가 수수료를 통해 받는 비트코인의 소유량은 점점 축적되는 구조가 아닌가? 심지어 비트코인을 지갑형태(?)로 따로 저장하지 않는 이상, 거래자들의 비트코인은 거래가 어떻게 이루어지든 간에, 계속 거래소가 보관(?)하고 소유권만 계속 바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역시 거래소는 수수료를 누적해서 얻는 구조이다.


물론 이는 비트코인의 신규유입이 제한적이며, 거래소 이용자들이 비트코인의 인출(?) 역시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그런 것이다. 비트코인은 ‘원리상’, 신규유입도 가능하고,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서) 인출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타당한 이야기라는 것은 틀림 없다. 물론 거래소가 한 곳도 아니지만, 단순화를 위해 한 곳만 있다고 하자. 이 역시도 합리적인데, 소수 거래소의 독과점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한가지를 아직 언급하지 않았는데, 바로 거래소가 보유하는 비트코인도 결국 ‘현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거래소가 비트코인을 계속해서 누적적으로 축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바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거래소는 분명 조직의 유지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또는 다른 암호화폐)를 현금화해야만 한다. 나는 거래소가 자신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어디서’ ‘어떤 경로로’ 현금화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거래소에서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거래소는 특히 자신의 거래소에서 거래량과 가격에 대해서 만큼은 (그것이 다른 투자자들도 다 알 수 있는 공개정보라고 할지라도) 아주 면밀한 검토가 가능하다. 또한 거래소의 비트코인 시장의 시장깊이(market depth)가 깊지 않다고 한다면 어떨까.


내 생각에, 거래소는 분명 비트코인의 가격을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들은 조직운영을 위해 비트코인을 반드시 현금화해야만 하며, 따라서 소유하고 있는 자산, 즉 비트코인을 현금화할 시기를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는 분명 가격조작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단순한 과장일까. 게다가 거래소는 적어도 국내에서 (암호화폐가 화폐가 아니므로) 금융기관이 아니지만 (통신판매업인가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거래자들의 암호화폐를 사실상 거치(?) 내지는 예치(이자를 주지는 않지만)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거치된 자산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예금은행과 투자은행을 겸업하고 있고, 예치자들의 이익상충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물론 암호화폐는 한가지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적 진보를 거쳐 새로운 암호화폐를 탄생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는 투기적 재정거래이건, 미래가치를 기대하는 투자이건, 실제로 어느정도 암호화폐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로운 기술들은 암호화폐의 중앙집중적 권력(?)을 지속적으로 지양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서 제시한 상황은 소수에 발권력이 집중되어서 생긴 상황이 아니라, 거래소가 한곳으로 집중된 탓이지만, 이러한 문제도 (나는 모르지만) 기술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암호화폐가 국가의 ‘법화(legal tender)’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혼용되는 상황이 오지 않을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그러나 거래소가 집중되는 것은 한편으로 분명 그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거래비용을 통한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탈중앙집중적인 발권체제를 만들고, 이를 위해 암호화폐를 통해 개인의 ‘자발적인 노동’을 통해 대체된다는 것은 결코 ‘비용없이’ 블록체인이 유지된다는 것이 아니다. 그 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되었을 뿐인 것이다. 개인이 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수수료를 내고 거래소를 통해 ‘편리하게’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앞서 지적하였듯이, 이 비용이 현재보다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그러나 거래소가 가지는 권력은 암호화폐의 미래에 중요한 곤란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