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노트

독서노트: Rosenberg, Nathan. <인사이드 더 블랙박스>. 아카넷. 2001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경제학의 외부로 취급되어야 했던 기술에 대해서 다룬, 로젠버그의 책이다(이 책은 그의 중요한 3부작 중의 한권으로 이들 책 중에서 그의 주장이 가장 잘 나타나 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은 저자가 이미 말해였듯이 기술에 대한 경제사에 가깝다. 때문에 이 책을 열심히 읽을 수는 없었다. 나는 역사가로서의 취향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단지 몇 부분에 대해서 흥미가 있었다. 이들부분들은 주로 역사보다는 이론에 대해서 접근하고 있다.

먼저 1부를 이루고 있는, 1,2장은 기술에 대한 여러 관점들을 역사적 순서대로 다루고 있다. 2장은 특히 마르크스에 대한 관점을 다루고 있는데, 사실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마르크스는 기술결정론자가 아니라는 점을 항변하는데, 온당한 항변이지만, 당연한 것이므로 그리 흥미롭지는 않다. 다만 슘페터와 마르크스에 대한 언급은 몇마디 추가해야겠다. 이 두 사람은 분명 기술이 자본주의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에 대해서 포착했던 인물들이다. 마르크스는 기술의 진보가 미치는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영향에 대해서 강조했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증가는 고용이나 이윤에 영향을 주는 형식이다. 한편 슘페터는 연속보다는 혁신이 가져다주는 단절에 대해서 논하였다. 그가 보기에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경제와 사회를 기존의 것과는 다르도록 분절시켜주었다. 따라서 그에게 기술은 경기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론 마르크스에게서도 기술이 가지고 있는 일정한 주기에 대해서 감지할 수 있다. 바로 도덕적 감가라는 개념에서 그렇다.

그밖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부분들은 6장 사용에 의한 학습, 7장 과학은 과연 외생적인가, 10장 시장수요가 혁신에 미치는 영향, 정도 있었다. 하나씩 간단하게 언급하기로 하자. 6장은 애로우의 Learning by Doing에 대한 이야기다. 7장은 쿠즈네츠에 대한 조심스런 비판을 포함하고 있다. 그는 과학과 기술을 구분하고서, 흔히 과학 이후에 기술이 과학적 성과를 응용하는 것이라는 통념에 대해서 비판한다. 그가 보기에 이러한 순서는 단선적이지 않고, 상호적이다. 10장은 시장수요가 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근의 실증연구들을 면밀히 검토한다. 다른 모든 장들 중에서 가장 긴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비록 이 연구는 완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억나는 함의들이 있다. 흔히 혁신이 수요에 의해 등장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시장에서의 수요인지, 단순한 필요에 의한 것인지 구분되고 있지 않다. 또한 우리는 혁신에 대한 수요와 공급 곡선을 상상해 볼 수 있는데, 시장에 의한 수요가 증가하여 혁신이 생겨나는 것도 존재하지만, 우리는 공급곡선의 존재를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에서는 기술에 대한 여러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해서 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검토하고 있다. 크게 흥미를 끄는 부분은 없었는데, 여기서 나는 내 학위논문의 주제에 대해서 말을 해야겠다. 나의 학위논문 주제는 (...) 이다. 그리고 이것은 금융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포착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또한 우리는 슘페터와 마르크스가 이 문제를 결코 등한시 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슘페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마르크스 역시, 분명히 이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확실히 기술이라는 블랙박스 그 자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문제를 기술이 아니라 지식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나는 기술이나 지식에 대한 문제를 다루기 보다, 기술이나 지식 그 외부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 말하자면 기술의 역사가 아니라, 지식의 역사가 아니라, 그 외부의 역사는 무엇이며, 그 논리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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