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노트

암호화폐에 관한 몇가지 생각들 (1)



엊그제부터, 암호화폐와 관련한 몇가지 생각들을 끄적거리고 있다. 다 쓰면 블로그에 올리려고 했는데, 그냥 중간중간 끊어서 하나씩 올리기로 했다. 적게는 3편, 많게는 5편 정도까지 나눠서 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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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암호화폐 투자(?)를 한 적이 있는데, 직접 (나로서는) 꽤 큰 돈을 넣고 손익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자체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은 없었다. 현재도 큰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근 며칠 동안 암호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조금 읽었다. 이 글은 그러한 설명을 읽고서 몇가지 드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물론 암호화폐에 대한 기술적 측면의 이해는 부족할 텐데, 당장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용어법에 대해서


우선 가상화폐가 아니라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한다. 일반적인 ‘사이버 머니’, ‘디지털 화폐’ 등과 구분하기 위함이다. 후자와의 차이점은 중앙집중적 관리자가 존재하는지 여부이다. 예컨대 일반적인 ‘디지털 화폐’도 중앙은행의 발권이나 관리를 받지는 않지만, 중앙서버 관리 등의 중앙집중적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암호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currency라는 것은 화폐(money) 라기 보단, 유통화폐라는 의미에서 통화(currency)이기 때문에 더 적합한 용어법일 것이다. 한국은행에서는 가상통화라고 사용한다. 본 글에서는 ‘암호-’라는 본래 의미는 유지하면서, ‘-화폐’라는 좀 더 보편적인 용어법을 사용할 것이다.


화폐의 기능에 대해서

암호화폐가 화폐이냐는 질문을 나는 사실 2011년쯤 받아봤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암호화폐가 화폐인지 아닌 지에 대한 논란은 하품나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마르크스(또는 케인스)가 언급하듯 화폐는 그것의 외적 성질, 예컨대 그것이 반짝이든 아니든, 가상의 형태이든 아니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화폐의 본질은 그것이 ‘보편적 등가물’이라는 것에 있다. 마르크스가 지적했던 화폐의 5가지 기능(즉, ① 가치척도, ② 유통수단, ③ 축장수단, ④ 지불수단, ⑤ 세계화폐)을 떠올릴 때, 우선 (모두가 알고 있듯이) 가치척도로써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널뛰기 하는 암호화폐의 가격은 가치척도가 전혀 될 수가 없다. 또한 중앙은행과 같은, ‘중앙집중적인’ 통화안정화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가격이 유지된다고 할지라도, 이는 언제든지 불안정화될 수 있다. 케인스가 지적하듯이, 화폐는 여러가지 동기, 예컨대 투기적 동기에 따라 보유하고자 할 것이고, 그에 따라 크게 변동될 수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의 설계자들은 그 ‘중앙집중적인’ 통화안정화 수단을 보유하지 않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 최초의 설계자들에게 가치척도로써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거나, 상관이 없었던 것일까. 어쨌든 가치척도로써 기능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그 다음 단계, 그리고 또 그 다음단계 등이 차례차례 난관들의 연속이다. 암호화폐가 가치척도로 기능할 수 있다면, 이제 유통수단으로 기능할 것인가? 우선 현재로서 암호화폐를 통해 지불이 가능한 재화나 서비스는 극히 한정적이다. 축장 역시, 가치척도로써 기능하는지 여부가 대단히 중요하다.

다음으로 지불수단이 될 수 있는지는 정말로 곤란한 질문이 될 것 같다. 애당초 암호화폐는 중앙집중적인 기관을 갖지 않기 위해 출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급-결제-청산으로 이루어지는 신용거래의 발전은 복잡한 금융거래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청산소가 형성되고, 또 대규모의 금융기관으로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가 중앙집중적 관리기관을 갖지 않는 것은 암호화폐의 독특한 기술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발권이나 송금을 위해서는 작업증명(암호화폐 마다 다르지만)을 해야하는데, 그러한 노동의 대가로 암호화폐를 얻는다. 이른바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한다. 때문에 중앙집중적인 기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과연 (‘탈중앙집중적인’) 신용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지는 곤란한 질문이 될 것이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고 가정하자. 그것이 어떻게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가능하다고 하자. 그러나 어쨌든 그것이 시장경제 아래 있는 한, 위기를 완전하게 관리될 수는 없고, 위기가 발생할 때, 결국 ‘최종 대부자’라는 국가의 외생적인 개입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우리는 최초의 문제로 다시 되돌아오게 된다. 즉, 암호화폐가 가치의 척도(unit)이자, 표준(standard)여야만 하고, 이는 국가의 ‘강제통용력’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가상화폐 규제/거래금지를 주장하자, 상당수의 사람들은 ‘시장’이나 ‘기술’을 모른다고 비아냥거렸지만, 사실 법무부야 말로, 화폐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보라.

“[법무부의] 문건은 "가상통화는 미래의 화폐 또는 금이 될 수 없다"며 그 근거로 △국가통화는 발행국가의 신용과 법적 강제에 의해 가치와 강제통용, 추가발행이 보장되는 반면 가상통화는 권리의무관계 등 내재가치가 전무하고 가치나 강제통용을 보증할 국가나 기관이 없다는 점 △누구나 발행할 수 있어 그 종류를 한정할 수 없고, 유사한 가상통화의 발행이 무분별하게 계속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통화의 안전한 거래를 보증할 뿐 가상통화 자체의 가치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11510308252556&cast=1&STAND=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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