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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노트

수면제 복용일지, 네번째



수면제 복용일지 네번째를 쓰기로 했다. 새로운 내용은 많이 없지만, 수면제 장기복용의 부작용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다시 쓰기로 했다. 물론 이 내용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다. 우선 스스로 관찰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관찰은 다분히 나의 자의적인 관찰과 단편적인 경험일 뿐이라는 점도 문제이다.


일전에 언급했듯이 술을 마시고 졸피뎀을 먹은 후로 환각을 경험했다. 환각이 처음 나타났을 때, 나는 물론 환각증세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지만,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영화를 보려고 막 켰을 때인데,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무서운 기분이었다. 의식이 온전히 제어되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여러가지 환각 증상을 경험했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날 아침까지 당시의 기억을 하지 못했다. 습관적으로 본 휴대폰을 보고서야 기억을 더듬어 간밤의 일을 기억해낼 수 있었는데, 사실 모든 기억이 다 나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 그날 이후 몇 번을 더 술을 먹고서 수면제를 먹어보았는데, 잠이 왔을 뿐 특별한 일은 없었다. 문제는 며칠 전이었다. 그날도 수면제를 먹고 잠시 책을 볼까 하고 있었는데, 귀찮아서 결국 책을 보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휴대폰을 보니 전날의 기록이 있었고, 카카오톡이나 구글 검색기록 등을 통해서 전날 밤의 일을 기억해내거나 추측해낼 수 있었다. 문제는 상당부분을 기억할 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구글검색창이 켜 있었고, 카카오톡에서도 대화를 했는데, 그 대화내용을 내가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나는 이 경험이 환각을 경험했을 때와 유사하게 느껴진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전날의 기억이 나지 않고, 휴대폰을 보고서야 일부를 기억해낼 수 있었을 뿐이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졸피뎀의 부작용 경험담들이 생각났다. 사실 이게 이번에 수면제 복용일지를 쓰게 된 계기이다. 졸피뎀 장기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경험담들에는 주로 약효가 있을 때,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행동들을 했다는 것이 있다. 내 생각에는 나도 지금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면제를 먹은 것은 작년 여름 즈음이었고, 이제 1년즈음 정도 된 것 같다. 사실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내성이든 부작용이든 수면제 복용의 새로운 국면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 카페인도 줄이고, 졸피뎀도 줄여가고 있기는 하지만, 다시 또 늘었다. 아무래도 약도 줄이고 몸도 관리 해야겠지만, 앞으로 무슨 약을 언제 얼마나 먹는지를 기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록이 안되니 정확하게 얼마나 수면제를 먹고 있는지 파악이 안되고, 잘 줄어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졸피뎀을 천천히 테이퍼링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