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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노트

수면제 복용일지, 두번째



다음의 글은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것일 뿐, 보다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따라서 수면제를 복용하거나 복용을 계획하고 이는 이들을 위해 씌어진 것이지만, 보다 전문적인 소견은 필히 의사의 진단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쓰지 않던 수면제 복용일지를 다시 쓰게 된 것은 중요한 이유가 있다. 글의 말미에 언급될 것이지만, 분명히 수면제를 복용하거나 이들을 위해서 한번쯤 씌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수면제, 그 중에서 졸피뎀을 처음 먹은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데파스나 할시온과 같은 다른 수면유도제도 먹어보았지만, 졸피뎀 만큼 효과가 확실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금방 졸피뎀에 크게 의존성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알을 먹었지만, 10-20분만에 금방 약효를 느끼고 잠에 들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반알씩 먹었다. 하지만 반알도 충분히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졸피뎀을 먹기 전부터 졸피뎀에 관한 부작용이나 의존성 등 부정적인 정보를 들어봤었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수면제를 복용하던 초창기에는 수면제 복용일지를 따로 엑셀로 정리하였었다. 수면제의 성분과 복용량, 시간, 그리고 약효와 알코올 등 그밖에 수면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얼마나 섭취하였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기록하였었다. 물론 졸피뎀의 효능은 다른 약들 보다 월등했다.


하지만 나는 두가지 이유 때문에 졸피뎀을 한동안 먹지 않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성 때문이었다. 반알씩 먹던 졸피뎀이 금방 한알로 증가하였다. 수일만의 일이었다. 이러한 추세로는 금방 훨씬 더 내성이 심해질 것으로 염려하여 나는 꽤 오랜시간동안 졸피뎀을 일절 복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면증 자체가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다시 졸피뎀을 찾게 되었다. 의존성도 졸피뎀을 한동안 복용하지 않게 된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이는 내성에 비하면 덜 고려하였지만, 분명히 의존성이 강하게 있는 것 같다. 이 의존성에 대해서 전문적인 판별을 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지만, 약효가 클수록 의존성이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왜냐하면 이 의존성이라는 것이 심리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강한 약효가 있는 약을 언제든지 복용할 수 있는데, 애써 그것을 참는 것은 쉽지 않다. 사실 나도 처음 수면제를 처방 받을 때는 거의 매일 복용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단지 특별히 긴장되고 일찍 자야 하는 날에 가끔씩만 복용하기 위해서 선뜻 수면제를 처방 받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뛰어난 약효를 눈 앞에 두고 하루도 그냥 거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방 받은 약이 다 떨어질 때까지 거의 매일 복용하고, 다시 처방 받기 전까지 약을 복용하지 않는 식이었다.


그래도 한동안은 적절히 잘 복용하고 특별히 문제될 만한 것 없이 잘 지냈다. 가끔씩 졸피뎀을 반알 정도 먹었고 그 이상은 아니었다. 때문에 7일치를 처방 받으면 꽤 오랜기간동안 처방된 약이 다 소진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자주 먹지 않았을 뿐이지, 내 복용 방식이 애당초 적절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불면증세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니, 잠자리에 들기 이전에 이미 그날 잠이 잘 안 올 것 같다는 직감을 가질 수 있었다. 게다가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면, 미리 졸피뎀을 반알 먹고 자는 것이다. 자주 먹지도 않았고, 반알을 넘기는 일도 극히 드물었다. 때문에 졸피뎀을 복용한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며 지내지는 않았다.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복용횟수와 복용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궁극적으로 문제는 심리적인 것에 있었다. 스트레스가 늘자, 절제가 되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늘어나면서 일과후 시간을 더 통제하지도 못했고, 자연히 불안감 때문에 불면이 늘고, 졸피뎀에도 더 의존하게 되었다. 때문에 어제를 포함하여 근 2주가량은 거의 매일 졸피뎀을 복용하였고, 복용량도 매번 한알씩 먹었다. 그러다 수일 전에 이상한 경험을 하였다. 아직까지는 이런 경험이 한 번뿐이고 이 경험이 졸피뎀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명료하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닐 수 있다.


나는 환청을 들었다. 그날도 스트레스가 높았던 날이었고, 수일째 연속으로 잠도 조금 자고 졸피뎀도 먹었던 날이었다. 스트레스가 쌓여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일기라도 뭐라도 쓰고 싶어서 졸피뎀을 먹고서 노트북으로 뭐라도 끄적거리려고 하고 있었다. 워드를 켜고 타이핑을 하려는데, 잠결인지 환청을 들었다. 업무생각이 들어 그것도 잠시 하려는 찰나에, 몽롱한 상태에서 나의 무의식을 그대로 따르려는지, 이런 목소리가 들었다. “중학교 업무도 봐요?”라는 아주 맥락이 이상한 한마디 글귀였다. 이 환청의 정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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