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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노트

후기: <내성적인 보스> 또는 <매치포인트>



그냥 오늘 본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몇가지 후기를 쓸 것이다. 하나는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내성적인 보스>이고, 다른 하나는 우디 앨런의 <매치 포인트>이다. 이 두 영화와 드라마를 같이 쓰는 이유는 같은 날에 연달아서 봐서 그렇기도 하지만, 몇가지 닮은 구석들이, 좀 더 정확하게는 유사한 설정들이 보이기 떄문이다.


<내성적인 보스>는 남주인공이 아주 내성적인 성격의 상사로 직원들에게 다가가기 쑥쓰러워 한다는 설정이다. 때문에 매우 사려깊은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성격이 고약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자신의 진심을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다. 좌우간 그는 자신의 동생을 보호하고자 친구의 허물을 비밀로 덮어준다. 그 비밀은 자신의 비서가 자살하게 된 것인데, 공교롭게도 그는 나중에 자살한 비서의 여동생을 좋아하게 된다. 물론 결국 사귄다. 그러나 그는 결국 비밀을 계속 숨기지 못하고 모든 사실들을 털어놓고자 하고, 그 친구는 자신의 과오를 숨기기 위해 계속 그를 만류한다.


이와 같은 스토리는 '사랑의 경제학'에서 '사랑의 윤리학'으로 라고 이름 붙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비밀을 숨기기 위해 그녀를 회사에서 내쫓으려고도 하고, 나중에는 다른 팀에 간 것을 불러오려고도 하고, 친구에게 비밀을 계속 유지하도록 호소하기도 하고, 다시 비밀을 폭로하자고 설득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그가 사랑을 둘러싼 자기계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랑의 경제학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와 점점 다가갈수록 비밀을 간직할 수 없다. 비로소 사랑의 윤리를 발견하고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매치포인트>에서 남주인공은 자수성가해서 영국의 상류층의 테니스 코티가 된다. 그러나 금세 자기 고객의 여동생을 유혹하고, 상류층 자제의 사위가 된다. 그러나 그 고객의 약혼자를 보자마자 끌려하고 결국에는 비밀리에 그녀와 불륜을 한다. 이미 그가 결혼을 한 이후의 일이다. 그는 상류층 아내와 별로 미래는 없지만 누구보다 매력적인 내연녀 사이를 저울질 한다. 저울질하며 처음에는 내연녀와의 접근을 스스로도 경계하는데, 결국 그 경계는 허물어진다. 말하자면 사랑의 경제학이다. 그러나 그가 본격적으로 외도하는 모습은 아주 거침없이 진행되는데, 이미 사랑의 '경제학'을 잊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가장 순수한 윤리에 기대는데, 바로 욕망이다.


그러나 그 순수한 윤리로서의 욕망은 결국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자 갈등하지만 결국 내연녀를 죽이고 강도살해로 위장한 뒤, 상류층의 아내로 마음을 준다. 그의 선택은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은데, 왜냐하면 그는 앞서 <내성적인 보스>에서 사랑의 경제학에서 사랑의 윤리학으로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한 윤리에 기대어 행동했을 뿐이다. 우디 앨런에게 두 개념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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