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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노트

후기: 요르고스 란티모스, <더 랍스터>, 2015



후기: 요르고스 란티모스, <더 랍스터>, 2015


물론 보기 전에 이런 내용인지는 몰랐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영화에 나오는 몇가지 세계관을 이해해야 한다. 이 영화의 세계에서는 커플이 아닌 자는 모두 호텔에 감금된다. 필요한 모든 생필품은 제공되어야 하지만, 조건이 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동물흉내를 내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동물이 되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커플이 되지 못한 사람을 어떤 방에 가두어 몸을 분해해서 실제로 동물로 만들어 버린다. 때문에 호텔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커플이 되지 못했을 때 되고 싶은 동물을 정한다. 주인공은 랍스터를 정했다.


호텔 내에서는 저마다 커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커플을 가장하거나 상대를 속이고 커플이 될 경우, 아무도 원하지 않는 동물로 바꾸어 버린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동물로 바꾸는 것은 가장 심한 처벌에 해당한다. 그밖에도 여러 규칙이 있는데, 주인공의 친구는 자위를 했다는 이유로 토스트기에 손을 넣는 형벌에 처해졌다. 그렇다. 이 곳에서는 자위는 금지된다. 그러나 섹스는 허용되며 오히려 권장사항이다. 그밖에도 다양한 규칙들이 있다. 혼자할 수 있는 운동은 가능하나, 솔로임에도 불구하고 커플 운동을 하면 금지된다. 춤은 상대가 있어야지 출 수 있다. 커플이 될 경우 커플실로 숙소를 옮기고 2주간 예비커플로 생활한다. 그리고 이 시험에 통과할 경우 다시 2주 동안 요트에서 생활하면서 건강한 커플임을 인정받고, 요트 생활에서도 문제가 없을 경우 호텔에서 벗어나서 도시로 이동해 상대방과 생활하며 살게 된다.


주어진 시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숲속에서 사냥을 하는 것이다. 인간 사냥이다. 호텔에서 도망친 솔로를 마취총으로 사냥을 하는데, 1명당 1일씩 기한이 연장된다.


호텔밖 숲속에는 호텔에서 도망쳐나온 이들만의 집단이 존재한다. 이들은 매일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호텔과는 전혀 다른 규칙을 따르며 생활한다. 여기서는 모든 연애가 금지된다. 자위는 가능하나, 이성과의 어떤 접촉이나 유혹도 금지된다. 키스를 할 경우 입술을 자른다. 춤은 오로지 혼자 추는 것만 가능하다. 때문에 이들은 일렉트로닉 음악만 듣는다. 또한 이들은 주기적으로 호텔에 침입하여 커플들의 사랑을 깨버리고 도망친다. 이들은 숲속에서 야생동물을 잡아 먹고, 숲속에서 얻을 수 없는 재화는 커플로 위장해서 도시에 나가서 얻는다. 도시에서는 커플만 존재하고 솔로로 의심될 경우 경찰들이 커플등록증을 검사한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세계관이다. 크게 도시, 호텔, 숲속 세계의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는 바람에, 솔로로 전락하여 호텔로 가게 된다. 호텔에서 생활하다가 그는 커플로 가장을 하게 되는데, 거짓 커플 생활이 발각되고서 그는 숲속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숲속 부대에서는 오히려 부대원과 사랑에 빠지게 되어 비밀연애를 하게 된다. 말하자면 호텔에서는 사랑을 하고 싶어도 제 뜻대로 되지 않았던 반면, 숲속에서는 솔로로 생활해야했지만 연애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사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두개의 핵심적인 이야기 중에 하나이다. 즉 감정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영화는 매우 무미건조한 세계를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다들 딱딱한 말투로 말하고 고압적이다. 감정은 항상 그 반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한편 이 영화가 말하는 다른 하나는 ‘love is blind’라는 오래된 격언이다. 이는 결말부에 등장하는 내용에 대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은 눈이 멀어야지만 비로소 가능했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것은 솔로 부대가 호텔에 침입하여 호텔주인 부부를 묶어놓고 남자를 협박했을 때, 그 호텔주인 남성의 행동과는 정 반대의 일이다. 그는 눈을 가졌기 때문에 사랑을 유지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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