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노트

Kim(1988)을 읽고



Review: Kyun Kim, Equilibrium Business Cycle Theory in Historical Perspectiv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8


1. 

김균(Kim, Kyun)의 <Equilibrium Business Cycle Theory in Historical Perspective>, Cambridge University Press,1988를 읽고 몇마디 메모를 하고자 한다. 그의 박사논문이기도한 이 책은 EBCT(Equilibrium Business Cycle Theory)를 역사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므로써 몇몇 질문을 제기한다. 

Lucas로 대표되는 오늘날 EBCT는 경제학에 있어서 일정한 공로를 인정받을 만하다. Jevons라던가, Moore, Hexter, Fisher, Slutsky 등 일찍이 많은 이들이 경기변동에 대해서 다루었지만, 이들은 경기변동이 종국에는 외생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는 ‘균형’을 상정하는 현대경제학의 규범에 비추어볼 때 이상한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는 균형상태에 있어야 하지만, 경기변동은 이러한 균형으로부터 이탈시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정태적 균형의 이론적 기반에서 고전파의 유산인 가격메커니즘을 통합시키는데 상당한 곤란함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EBCT는 경기변동은 외생적인 것이 아니라, 내생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거시경제는 균형에서 외부충격에 의해 이탈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균형상태였고, 경기변동으로 인한 변화 역시 언제나 계속 균형상태인 것이다. 또한 EBCT는 경기변동이라는 주제를 다시 현대거시경제학의 중요한 주제로 복귀시켰다. 경기변동은 고전파 그리고 전간기 이론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케인즈주의”의 등장과 함께 그 자취를 감추었고, EBCT는 다시 복권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학은 어떤 문제에 처했었고, 또 그것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었을까. 여기서부터 이 책의 질문이 시작된다.


2. 

고전학파적 전통에서도 경기변동은 주요한 주제로 다뤄졌다. Malthus와 같은 과소소비설이 존재했고, Ricardo는 경기변동을 균형으로 가기 전 일시적인 이탈로 간주했다. Mill도 Ricardo와 유사한 사고를 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경기변동을 외생적으로 간주했던 이들도 있었다. 쥬글러도 그중에 하나이다. 한편 마르크스주의의 영향도 있었다. Turgan - Baranovsky, Spiethoff, Aftalion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Say의 법칙을 비판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불균형 상태를 설명하였다. 이들은 모두 유럽 대륙에서 발전했는데, 비화폐적 경기변동론으로 분류될 수 있었다. 한편 화폐적 경기변동론은 영국에서 발전할 수 있었다. Mill, Tooke, Hawtrey 등은 그들 중 일부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Hayek였다. Hayek의 화폐적 과잉투자이론은 화폐를 실물생산구조에 영향을 주도록 하였다. 또한 그는 빅셀의 자연이자율 이론에 기초하여 자연이자율과 화폐이자율이 어떻게 괴리될 수 있는지를 주목하였다. (Hayek에 관한 내용은 생략)


3. 

그런데 이러한 전간기 이론의 성과는 왜 케인즈주의의 등장 이후 소멸되는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계량경제학의 발전과 그 경제학적 전략과 관련되었다고 말한다. 계량경제학의 발전은 크게 두가지 주제를 통해서 나타났다. 그중 첫번째는 수요곡선에 대한 경험적 분석이었다. Moore와 Shultz로부터 시작된 수요곡선 경험적 분석 문제는 동시적 관계의 존재에 대해서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우리가 관찰하는 가격들은 그러한 균형점들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잔차에 대한 해석 문제였다. 여기에 있어서 Haavelmo의 1943년 논문은 계량경제학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제공해주었다. Haavelmo는 이전의 메커니즘적 접근법과는 달리 오류를 그 자체로 계량경제학 이론에 편입시켰다. 확률적 접근이었다. Haavelmo는 대상에 대해서 진정한 관계를 찾기보다, 확률적으로 더 나은 관계를 찾고자 하였다.

다른 주제는 경기변동에 대한 계량경제학적 접근법이다. 경기변동 연구의 근본적인 가정은 변동이 반복되고 그에 대한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변동이론가들은 경제의 변하지 않는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계열 자료는 그 자체로 반복된다고 믿었다. 경제는 시계열 상에서 특정한 경제적 사건을 재현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순환적인 변동의 존재는 그러한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의 증거였다. 때문에 시계열 자료에 대한 분해가 문제가 되었고, 이는 Pearson에 의해 발전되었다. Kalecki와 Hicks는 미분방정식을 활용하여 경기변동을 수학적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방법을 취했던 반면, Sultz는 경기변동을 파급 메커니즘과 외부충격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이는 경기변동이론의 경험적 분석의 초석이 되었다. 특히 경기변동의 외형적 모습, 이를테면 진폭, 주기성, 변곡점 등을 연구하는 것에서 파급 메커니즘의 숨겨진 파라미터를 통계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그 관심이 이동하였다.

Cowles Commission은 Haavelmo의 계량경제학의 확률적 접근, Frisch와 Slutsky의 경기변동에 대한 프레임워크, Tinbergen의 계량경제학의 정책적 지침을 수용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기변동이론의 새로운 지침을 제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조되었고, 최소한 경제학 이론은 검정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Koopmans에 따르면, 전통적인 경기변동이론은 순환적 변동들에 대한 피상적인 특징에 대해서만 명시적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대신에 Koopmans는 순환적 변동과 같은 경험적 규칙성을 만들어내는 개별적 경제행위자들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순환적 변동에 대한 더 근본적인 설명을 구성해내는 구조방정식 측정이 실현되는 것은 전통적인 경기변동 이론과는 다른 경기변동 이론의 발전 과정을 제시하였다.

먼저 경기변동의 경험적 연구에서 주요한 관심사는 시계열의 순환적 특징에 대한 측정에서 구조방정식의 계수와 시차에 대한 측정으로 이동하였다. 둘째로 대부분의 전간기 경기변동이론가들이 자기재생적인 순환적 운동을 보이고자 시도한 것과 달리, 계량경제학적 접근법은 다른 설명의 가능성을 제공하였다. 파급 메커니즘이 연속적인 외부영향에 의해 충격을 받을 때, 그 산출은 시계열의 순환적 변동로 나타난다. 이러한 점은 경기변동 연구에 있어서 내생적 변동을 설명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함의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는 맥락없이 통계적 기법으로서의 순환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총계적 경제학의 새로운 지침은 파급 메커니즘을 명료화하고, 또는 Cowles Commission의 언어와 구조를 명료화했다. 셋째로 simultaneous-equation system의 추정과 구성에 대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정책 논쟁을 이끌어냈다. 정책적 문제에 대한 공격하기 좋아하는 경제학자들의 강력한 성향은 계량경제학적 접근법에 의해 더 강화되었고, 사실 “미세조정”에 대한 믿음도 1960년대의 이러한 것과 관련된 것이다.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NBER)는 1940년대 Cowles Commission과 함께 선두적인 연구기관이다. 특히 경기변동 분야에서 두 기관은 다른 접근 방법을 반영한다. 일반적으로 NBER의 방법은 사실을 모으고, 경험적인 규칙성을 발견하는 경험주의로 인식된다. 이 경험주의는 선험적인 이론으로부터 최소한의 도움으로만 가설 추적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결과적으로 경기변동에 대한 많은 NBER의 연구는 충실한 관찰과 대규모의 경제 시계열 자료의 순환적 특징을 종합하는 것에 집중되었다. Burn-Mitchell의 연구는 선구적인 예시이다. 한편 Keynes와 Friedman은 계량경제학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다. Keynes와 Friedman이 공유한 생각은 계량경제학적 방법으로 추정된 방정식 시스템은 시간에 대하여 불안정한 경향이 있고, 일반화를 유도하지 못하(Keynes)거나 경기변동 이론에 대해 결정적인 검정을 제공하지 못한다(Friedman). 게다가 양자 모두 통계적 검정은 결정적이지 못하고, 따라서 계량경제학의 기능은 단지 검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 기술(description)으로 확장되어야 하고(Keynes), 가설을 추적하는 것으로 확장되어야 한다(Friedman).


4. 

고전적인 경제이론에서 경기변동은 가격 메커니즘에 대한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변동하는 가격은 정태적인 균형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었고, 이것은 고전적인 균형이론과 가격이론이 서로 불일치하는 부분이었다. Hayek과 EBCT는 이 문제에 있어서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경기변동이 개별적 경제 행위자들의 합리적 선택에 의해서 발생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경기변동은 이미 균형상태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관찰된 가격운동에 대해서 모든 경제 행위자들이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는 안되었다. 가격은 행위자들의 결정과정을 위해 정보를 전달할 뿐, 가격신호는 잡음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Hayek는 오스트리아 전통에 따라, Lucas와 유사한 이론적 입장을 취한다. 경기변동은 가격에 대한 오인에 인한 것이라는 점과 화폐는 경기변동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주요한 공통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점이 있다. 첫번째 시장과정 분석, 두번째, 화폐이론, 세번째, 자본이론 혹은 투자이론이다. EBCT에서 가격결정은 왈라스주의 균형에 따라 상호결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반하여, Hayek에서 시장은 복잡하고 개인이 완전히 인지할 수 없으며 불확실한 과정으로 묘사된다. 또한 화폐이론에 있어서도 EBCT는 화폐수량설을 따르는 반면에, Hayek는 화폐수량설을 지지하지 않는다. 개인은 화폐의 총수량을 알 수도 없으며, 화폐는 단순히 실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 명목적인 가격에 불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EBCT에서 자본이론은 부재하는 반면, Hayek는 소비자와 투자자를 구분하여 자본이론 혹은 투자이론의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Cowles Commission은 EBCT의 선구자였다. Cowles Commission은 Frisch의 접근법에 따라, 경기변동을 전통적인 접근법과 달리, 파급 메커니즘과 외부충격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Frisch의 메커니즘적 접근법과 달리, Haavelmo의 확률적 접근법을 수용하였다. 특히 통계적 추정을 위한 도구변수와 구조방정식을 활용하게 되었다. Identification과 이론적 제약은 통계적 추론을 용이하게 하며, 이론적 제약을 검정한다. 이로서 경제학 이론은 사실에 반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EBCT 역시 이와 같은 Cowles Commission의 계량경제학적 접근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EBCT는 Cowles Commission의 아류로서, 그들의 방법을 더 정교화시켰다.


5. 

Lucas의 비판은 정책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정책들에 대한 효과를 정확하게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cross-equation을 통한 제약식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Cross-equation은 Lucas 비판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것은 정책변화에도 안정적인 계량경제학적 시스템을 찾는 일이었는데, 실제 계량경제학적 연구를 실행하는데 있어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Generalized method of moments(GMM)은 이러한 전략에 적합한 방법으로써 발전되었다. 왜냐하면 GMM은 동태적인 합리적 기대 계량모형의 경우 Orthogonality condition에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Sims는 이러한 전략에 대해서 비판하였다. Sims는 제약이나 가정은 최소한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가정이 많다면 그것은 거의 잘못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는 Vector Autoregression(VAR) 모형을 개발하였다. VAR은 복잡한 identification 문제를 다루지 않고서도 정책 효과를 분석할 수 있었다. 그가 보기에 정책 외생성을 가정하고 있는 계량경제학 결과는 모형을 잘못 설계한 것이며, 정책결과도 정확하지 않다. 정책입안자는 보통 몇 분기 이후, 또는 몇년 이후의 행동을 고려하고, 몇 개월 후에, 계량경제학적 모형을 통해 다시 분석하여, 그 효과를 계산한다. 따라서, 정확한 계량경제학적 시스템은 불필요하다. 즉, Lucas의 비판은 단지 후주에 해당하는 것 정도일뿐이다. 이러한 관점은 EBCT의 대안적인 계량경제학적 전략으로, 정책평가에 대한 반이론적 접근법에 해당한다.

Hendry의 계량경제학 프로그램은 앞선 이론들과는 달리, 미국에서 유행하지는 못했다. 그의 이론은 영국적 전통에 따른 것이었다. Hendry는 ‘진보적 연구 전략’을 창안하였다. 이는 EBCT의 두 극단적인 계량경제학적 전략 사이에 위치한 것이었다. 그는 동태적이고 거시적인 경제이론들은 완전할 수 없고, 오직 정태적 미시경제학적 이론이 신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후자는 최소한 경제학자들 사이의 경제지식을 통해서 논박가능하기 때문이다.


6. 

저자는 EBCT를 역사적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그가 보기에 이러한 방법은 객관적이지 못하게 역사적 유물론의 관점을 채택할 위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내재적 성격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3개의 물음을 던진다. 현재의 경기변동이론가들은 과거의 경기변동이론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과거의 경기변동을 이해하는 방식이 오늘날 어떤 이론적 영향을 갖고 있는가? 경기변동이론들 간의 관계, 고전적 경기변동이론들과의 관계, 그리고 시간에 대한 경험적 추정과의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과거의 이론적 성과들과 오늘날의 생각들 간의 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특히 이 책은 EBCT의 두 가지 핵심적 특징에 대해서 조사하였다. 먼저, 경기변동에 대한 EBCT의 관점, 즉 균형적 접근법은 경기변동이론의 역사에서 지배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이러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왜 과거의 경기변동이론가들은 대개 균형적 접근법에 기초하여 경기변동을 설명하는 것을 거부하였을까? 또, 과거의 균형적 접근법과 현재의 균형적 접근법은 어떤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둘째로, EBCT의 전략은 Cowles Commission의 것과 다르지 않다. 둘 모두 경험적 연구에 있어서, 선험적 이론의 기능을 강조하였다. Cowles Commission은 여러 비판을 받아왔고, 따라서 그들의 아류인 EBCT도 여전히 동일한 맥락의 비판이 유효하다.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EBCT의 계량경제학적 전략은 이론에 강하게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2차대전 이전까지, 경기변동이론과 경험적변동분석은 두개의 다른 주제였고, 각각 다른 방법론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기술적 경기변동이론과 계량경제학적 연구 사이의 통합에 기초한 경기변동이론의 역사에서 이론적 영향은 무엇인가.

이 책은 다음의 질문에 대해서 조사하는 것이 핵심적인 목적이다. 1) 전통적인 경기변동이론은 대륙에서 주요하게 고려되었고, 영국적 전통에서는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이것은 고전파 경제학이 몰락하기 이전까지 지속되었다. 대륙의 전통에서 경기변동은 자본주의의 고유한 모순에 의해 야기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전간기 Hayek는 경기변동을 고전적 이론에 통합시키려는 노력이 수행되었다. 2) 초창기 계량경제학의 발전은 두 과정이 있었다. 하나는 수요곡선 경험분석이고, 다음은 경기변동에 대한 경험분석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변수 간 동시적 관계, identification을 위해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이 인지되었다. Cowles Commission도 이러한 과정에서 출현할 수 있었다. 3. Frisch의 접근법은 경기변동을 외형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파급 메커니즘과 외부충격으로 구분하여 통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이점은 전간기 기술적 경기변동이론을 계량경제학적 언어로 번역할 수 있게 되었다.

형식과 내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에, EBCT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과거의 경기변동이론에 비해 더 나을 것이 없다. EBCT는 Cowles Commission의 방법을 더 정교하게 표현했지만, Hayek의 이론에 있어서 내용적으로 더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물론 저자가 지적하듯이, 내용과 형식이라는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며, 양자가 서로 완전히 분리가능 한 것도 아니다. 내용과 형식은 서로 교접되어 있다. 새로운 기술은 연구자들에게 일련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물음은 현재의 방법에 맞게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EBCT는 형식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용도 함께 달라졌다. EBCT는 케인즈주의와 통화주의, 양자에게 고통스러운 딜레마였던, 미시적 기초를 다시 풀 수 있었다.


7. 

요약이 생각보다 지나치게 길어졌지만, 여기서부터는 이제 내 생각에 대한 부분이다. 저자가 EBCT를 역사적 관점을 집요하게 분석하는 것에 비해서 결론은 다소 아쉬운 것이었다. 특히 결론으로서 형식과 내용이라는 측면으로 EBCT의 역사를 요약내는 부분에서 그렇다. 그리고 이것은 언뜻, 수사학적 방법론을 연상시킨다. 과학적 방법론은 결국 일종의 설득을 위한 수사법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론적 논쟁사를 일종의 수사학의 변천사로 변환하는 것은 내 생각에 중요한 함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가 계량경제학의 발전과 쟁점에 대해서 집요하게 논해온 바와는 달리, 그에게 ‘경험적 연구’의 유용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보기에 계량경제학은 전간기 경기변동이론을 다른 방식으로 번역해낸 ‘언어’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Hayek에 대한 논의가 집요하게 진행되는 반면, 우리는 이상하게도 Marx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은 전간기 라고 그가 지목한 연대기에 Marx가 포함되지 않았게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소 이상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딘가 Hayek의 우위와 Marx의 열위를 전제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다만 왜 그런 것인지 넌지시 추측할 수 있다. Hayek는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채택했고, 따라서 미시적 기초라는 문제를 이후에 EBCT가 해결했던 것처럼, 나름의 해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경제학에서는 한층 더 복잡하게 나타난다. 이른바 거시경제학의 미시적 기초는 마르크스경제학의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퍼즐은 난제인 동시에 “풀지 말아야만 하는 것”이라는 매우 독특한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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