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노트

일기 또는 후기: <응답하라 1988>, <Reality Bites>



주말 동안 집에서 드라마 한편과 영화 한편을 보았다. 드라마는 신원호 PD의 <응답하라 1988> 마지막회, 영화는 벤 스틸러 감독의 <청춘 스케치>. 공교롭게도 청춘 어쩌구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다. 두 작품 모두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나는 사실 한편으로 불편하다. 그 청춘을 묘사하는 방법들이 말이다.

사실 <응답하라 1988>의 경우, 전작들인 <응답하라 1998>, <응답하라 1994>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딱 첫화부터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응답하라 1988> 또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말하고 있는 것은 ‘사회는 없다’ 였다.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레토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누가 지적했듯이, 오늘날 1990년대 복고의 유행은 ‘좋았던 옛 시절’으로 과거를 낭만화하므로써, 만족을 유예하고, 불만을 봉합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불만은 분명히 그렇게 소비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가난했지만 유쾌하고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부유하지만 가끔 과거가 그리운 현재’로 등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확히 그 반대로, 각팍하고 고단한 현재에서, 그나마 조금 풍요로웠을 과거를 회상하기 위해 90년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가.

가족과 친구, 이웃의 정을 통해서, ‘사회는 없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위화감 없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가족, 친구, 이웃의 휴먼드라마가 특별히 불편할 이유는 없지 않나. 그런데 중간 중간 가끔씩 등장하는 부유하지만 과거를 추억하는 현재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은 잠깐씩이라도 정말 불편했다. 드라마 속 현재는 전혀 현재가 아니었다.

벤 스틸러의 <청춘 스케치>도 그런 점에서 비슷하다. (원제, ‘reality bites’를 ‘청춘 스케치’로 번안하는 것은 요즘 같아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그점은 사실 이 영화가 1994년작이라는 점을 고려하자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거의 90년대를 2000년대에 의도한 것처럼 담아낸 것 같다. 90년대 음악들, 유행들, 그 시기 20대에 대한 아주 전형적인 묘사들. 그리고 그 모습은 내가 보기에 반지성주의적이고, 낭만적이고, 풍요로웠다. 그리고 그 모든 모습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현재 세대에 대한 묘사였고, 당연하게도 2016년을 살고 있는 지금-여기 세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그 태평하고 낭만적인 것이 영 불편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질투에 가까운 것 같다.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을 보고 싶다. 그건 좀 비슷하게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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