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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노트

<브로드웨이를 쏴라>와 <버드맨>에 관한 메모



오랜만에 우디 앨런의 <브로드웨이를 쏴라>를 다시 봤더니, 몇 가지 눈에 안 들어오던 것들이 보여서 간단하게 메모를 하고자 한다. <버드맨>과의 관련성이다.


- 우디 앨런, <브로드웨이를 쏴라>, 1994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버드맨>, 2015


<버드맨>은 왕년의 스타였던 리건 톰슨이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에 도전한다.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내내 롱테이크로 장면전환 없이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때 브로드웨이에서의 연극과 연극 밖의 일상이 모두 롱테이크로 이어져 있다. <버드맨> 속 배우들의 연기는 다들 뭔가 감정적으로 격정적이고, 이는 연극 속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연출은 브로드웨이의 화려함과 대조되며 그 허위적인 성격을 폭로한다.


한편 <브로드웨이를 쏴라>에서는 예술과 현실을 이질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브로드웨이는 예술, 마피아는 참혹한 현실로 대비될 수 있지만, 사실 이는 적절하지 않다. 우디 앨런은 극작가의 삶은 오히려 현실적으로, 그리고 마피아의 살해현장은 낭만적인 음악과 함께 배치함으로써 마피아의 모습은 헐리웃 영화 <대부>와 같은 영화(예술)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속 배우들은 하나같이 과장된 연기를 하고, 주인공 데이빗의 연극 연출은 마치 사랑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디 앨런은 브로드웨이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위대한 예술작품’과 ‘죄없는 모르는 사람의 생명’을 양자택일해야 하는 질문을 던지는데, 여기서 우디 앨런은 자신은 ‘예술가가 아니’라고 답변한다.


<버드맨>이 <브로드웨이를 쏴라>를 염두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빌리 와일더의 <선셋대로>도 염두했을 것이다. 먼저, 왕년에 스타였던 잊혀진 배우는 빌리 와일더의 <선셋대로>, 우디 앨런의 <브로드웨이를 쏴라>에서 헬렌 싱클레어, 그리고 <버드맨>에서 톰 리건으로 이어져 온다. 


브로드웨이의 내막에는 자본과 불륜이 숨겨져 있는데, <버드맨>과 <브로드웨이를 쏴라> 모두 연극의 남자 주인공이 속옷차림으로 뒷문으로 나오다가 팬들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브로드웨이의 수치스러운 내막을 은유할 것이다.


또한 두 영화에서 모두 브로드웨이 연극 상영 중에 등장한 총격이 하나의 연출로 이해되면서 평단의 호평을 받는다. <브로드웨이를 쏴라>에서는 마피아에서 배신자였던 치치를 살해하러 내막으로 난입하는 장면이었고, <버드맨>에서는 톰 리건이 가짜 총이 아니라, 진짜 총을 들고 나가 자살을 기도하는 장면이었다. 이 총격 이후에 <버드맨>에서 첫번째 컷이 발생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들 장면은 모두 예술에 현실이 기입되는 부인할 수 없는 사건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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